들길에 서서
신석정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不絶)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신석정(1907년 7월 7일 ~ 1974년 7월 6일). 본명은 석정(錫正)이며, 아호는 석정(夕汀)이다. 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선은동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의 전신인 불교전문강원(佛敎專門講院) 국어국문학과에서 수학했다. 1931년 《시문학》 3호부터 동인으로 참여하면서 작품활동을 본격화, 그해에 《선물》 《그 꿈을 깨우면 어떻게 할까요》 등을 발표했고, 계속 《나의 꿈을 엿보시겠읍니까》 《봄의 유혹》 《어느 작은 풍경》 등 목가적인 서정시를 발표하여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다. 8 ·15광복 후에는 시작(詩作)과 후진양성에 전념했고, 저서로는 초기의 주옥 같은 전원시가 주류를 이룬 제1시집 《촛불》(1939)과, 역시 8 ·15광복 전의 작품을 묶은 제2시집 《슬픈 목가(牧歌)》(1947), 그 뒤 계속 《빙하(氷河)》 《산의 서곡(序曲)》 《대바람 소리》 등의 시집을 간행했다. 그의 시풍은 잔잔한 전원적인 정서를 음악적인 리듬에 담아 노래하는 데 특색이 있고, 그 맑은 시정(詩情)은 읽는 이의 마음까지 순화시키는 감동적인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전형적인 자연 시인이라 불리는 그의 작품은 심화된 자연숭배의 사상이 짙고 특히 산을 즐기고 산에서 배우며, 산을 사유하면서 자연을 노래한, 소박하고 간결한 형식이 많았는데, 후기에 와서는 인생과 현실을 비판하기도 하였다.
일본구주 구마모토성-2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