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생의 솔숲에서
김용택
나도 봄 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 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을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는 눈을 뜨리
그대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김용택-(金龍澤), 1948년 8월 26일 출생. 섬진강 연작으로 유명하여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칭이 있다. 전라북도 임실군 진메마을에서 태어나 순창농고 졸업. 그 이듬해에 교사시험을 보고 스물한 살에 초등학교 교사가 됨. 교직 기간 동안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임실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씀. 2008년 8월 31일자로 교직을 정년 퇴임함. 1982년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21인 신작 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 1〉외 8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1986년 6회「김수영문학상」, 1998년 12회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섬진강》(창작과비평사, 1985)《맑은 날》(창작과비평사, 1986)《누이야 날이 저문다》(청하출판사, 1988), 재출간(열림원, 1999)
《꽃산 가는 길》(창작과비평사, 1988)《그리운 꽃편지》(풀빛, 1989) 《그대, 거침없는 사랑》(푸른숲, 1993) 《강같은 세월》(창작과비평사, 1995)《그 여자네 집》(창작과비평사, 1998) 《나무》(창작과비평사, 2002)《연애시집》(마음산책, 2002)《그래서 당신》(문학동네, 2006)《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창비, 2013) 동시집]《콩, 너는 죽었다》(실천문학사, 1998) 산문집《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장편 동화《옥이야 진메야》
동해시 추암-20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