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의 꽃
정희성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정희성-(鄭喜成, 1945년 ~ )은 경상남도 창원에서 출생. 용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72년부터 숭문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2006년 민족문학작가회의 16대 이사장으로 선출됨.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변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1981년에 제1회 「김수영문학상」, 1997년에 「시와시학상」, 2001년에 제16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편집]《답청》(1974)《저문 강에 삽을 씻고》(창작과비평사, 1978)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창작과비평사, 1991) 《詩를 찾아서》(창작과비평사, 2001) 《돌아다보면 문득》(창비, 2008)
전북 부안 변산 채석강-20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