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구자명 씨
고정희
맞벌이 부부 우리 동네 구자명 씨
일곱 달 된 아기 엄마 구자명 씨 는
출근 버스에 오르기 무섭게
아침 햇살 속에서 졸기 시작한다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 까지
경적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옆으로 앞으로 꾸벅꾸벅 존다
차창 밖으론 사계절이 흐르고
진달래 피고 밤꽃 흐드러져도 꼭
부처님처럼 졸고 있는 구자명 씨,
그래 저 십 분은
간밤 아기에게 젖 물린 시간이고
또 저 십 분은
간밤 시어머니 약시중 든 시간이고
그래그래 저 십 분은
새벽녘 만취해서 돌아온 남편을 위하여 버린 시간일 거야
고단한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잠 속에 흔들리는 팬지꽃 아픔
식탁에 놓인 안개꽃 멍에
그러나 부엌문이 여닫기는 지붕마다
여자가 받쳐 든 한식구의 안식이
아무도 모르게
죽음의 잠을 향하여
거부의 화살을 당기고 있다
고정희(高靜熙, 1948년 ~ 1991년 6월 9일).
전남 해남에서 출생, 한국신학대학 졸업. 《현대시학》에 〈연가〉가 추천되어 등단, ‘목요시’동인으로 활동. 1983년 《초혼제》로 ‘대한민국문학상’수상. 1991년 지리산 등반 도중 실족 으로사망
강원 영월 김삿갓 계곡 숯가마-2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