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 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1961년 ~ ) 시인.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첫 시집인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1994년 한 해 동안 50만 부 이상의 판매기록을 세우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경기도 남양주 금곡 석화촌-2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