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장서언
가지에 피는 꽃이란 꽃들은
나무가 하는 사랑의 연습
떨어질 꽃들 떨어지고
이제 푸르른 잎새마다 저렇듯이 퍼렇게 사랑이 물들었으나
나무는 깊숙이 침묵하게 마련이오
불다 마는 것이 바람이라
시시로 부는 바람이 나무의 마음은 아하 안타까워
차라리 나무는 벼락을 쳐 달라 하오
체념 속에 자라는 나무는 자꾸 퍼렇게 자라나기만 하고
참새 재작이는 고요한 아침이더니
오늘은 가 는비 내리는 오후
장서언(張瑞彦 시인. 1912~1979 서울 출생. 1937년 연희전문학교 문과 졸업. 휘문고등학교 교사, 홍익공업전문학교 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시 “이발사의 봄” 외 6편을 <동광(東光)>에 발표하여 등단, 그 후 “수인(囚人)의 과정”, “풍경” 등 감각적 이미지즘의 시를 발표하여 김기림(金起林)과 같은 모더니즘 계열의 시인으로 각광을 받았다. 한때 극단 신협(新協)에 가입하여 이해랑(李海浪)과 함께 연극운동을 하기도 했으며, 시 “단념(斷念)”, “우리 다시 죽어 낙원에서는” 등을 발표하였다. 시집으로 <장서언 시집>(1959)이 있다
경기도 석화촌-2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