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함주 시초)
백석
장진 땅이 지붕 넘에 넘석하는 거리다
자구나무 같은 것도 있다
기장감주에 기장차떡이 흔한 데다
이 거리에 산골 사람이 노루새끼를 다리고 왔다
산골사람은 막베 등거리 막베 잠방등에를 입고
노루 새끼를 닮었다
노루 새끼 등을 쓸며
터 앞에 당콩 순을 다 먹었다 하고
서른닷 냥 값을 부른다
노루 새끼는 다문다문 흰 점이 백이고 배 안의 털을 너슬너슬 벗고
산골 사람을 닮았다
산골 사람의 손을 핥으며
약자에 쓴다는 흥정 소리를 듣는 듯이
새카만 눈에 하이얀 것이 가랑가랑한다
제주 영실 노루목-2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