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열차 속
신경림
낯익은 사람들이 한둘씩 내린다
어떤 사람은 일어나지 않겠다 버둥대다가
우악스레 손에 끌려 내려가고
어떤 사람은 웃음을 머금어
제법 여유가 만만하다
반쯤 몸을 밖으로 내놓고 있는 사람도 있다
바깥은 새카맣게 얼어붙은 어둠
열차는 그 속을 붕붕 떠서 달리고
나도 반쯤은 몸을 밖으로 내놓고 있는 것이 아닐까
땀내 비린내로 숨막히는 열차 속
새 얼굴들과 낯을 익히며 시시덕거리지만
내가 내릴 정거장이 멀지 않음을 잊고서
광화문 -20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