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의잠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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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배위에 귀를 대고 누우면 맑은 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작
은 숨소리사이로 흐르는 고요한 움직임이 들린다 따뜻한 실핏줄 마
다 그것들은 찰랑거린다 때로 갈비뼈 안에서 멈추고 오랫동안 둔중
한 울림이 되어 맴돌다가 다시 실핏줄속으로 떨며 스며든다 이 소리
들이 흘러가는 곳 어딘가에 새근새근 숨쉬며 자라는 한 아이가 숨어
있을 것 같다 생각 없는 꿈이 되려고 놀란 눈이 되고 간지러운 손가
락 발가락 꿈틀거림이 되려고 소리들은 여기 한 곳으로 모이나 보다
이 모든 소리들이 녹아 코가 되고 얼굴이 되려면 심장이 되고 가슴
이 되려면 잠은 얼마나 깊어야 하는 것일까 잠의 힘찬 부력에 못 이
겨 아기는 더 이상 숨지 못하고 탯줄이 끊어지도록 떠올라 물결따라
마냥 흔들리고 있다 고기를 잡을 줄 모르는 잎사귀 같은 손으로 부
신 눈을 비비고 있다.
김기택-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특유의 세밀한 관찰력으로 풍경과 사물을 냉철하게 표현해왔다.
시집으로 <태아의 잠>,<바늘구멍 속의 폭풍>등이 있음.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님의 아늑한 보금자리를 겨냥해보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