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사는 평강공주
박라연
동짓달에도 치자꽃이 피는 신방에서 신혼일기를 쓴다. 없는 것이
많아 더욱 따듯한 아랫목은 평강공주의 꽃밭 색색의 꽃씨를 모으던
흰 봉투 한 무더기 산동네의 맵찬 바람에 떨며 흩날리지만 봉할 수
없는 내용들이 밤이면 비에 젖어 울지만 이제 나는 산동네의 인정에
곱게 물든 한 그루 대추나무 밤마다 서로의 허물을 해진 사랑을 꿰
맨다
...가끔...전기가...나가도...좋았다...우리는...
새벽녘 우리 낮은 창문가엔 달빛이 언 채로 걸려 있거나 별 두서
넛이 다투어 빛나고 있었다 전등의 촉수를 더 낮추어도 좋았을 우리
의 사랑방에서 꽃씨 봉지랑 청색 포도랑 한땀 한땀 땀흘려 깁고 있
지만 우리 사랑 살아서 앞마당 대추나무에 뜨겁게 열리지만 장안의
앉은뱅이저울은 꿈쩍도 않는다 오직 혼수며 가문이며 비단 금침만
뒤우뚱거릴 뿐 공주의 애틋한 사랑은 서울의 산 일번지에 떠도는 옛
날 이야기 그대 사랑할 온달이 없으므로 더더욱
박라연-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국문과 박사과정 졸업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 서울에사는 평강공주 >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서울에사는 평강공주. 너에게세들어사는동안>등이있음
대마도 정상에서 내려다본 전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