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권혁웅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그 사람은 당신과 늘 반대편 세상이 젖었을 것인데
이제 빗살이 당신과 그 사람 사이에
어떤 간격을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하다면
어느 집 처마 아래 서 보라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에 촘촘히 꽂히는
저 부재에 주파수를 맞춰보라
그러면 당신은 오래된 라디오처럼 잡음이 많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파문
권혁웅-충북 충주출생. 고려대학교 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이, 199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가당선되어 등단했다. 시대와 문화의 코드를 담아낸 시편들은 때로는 향수를 때로는 슬픔을 자아낸다.현대시 동인상을 수상했고 한양여자대학 무창과 교수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