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충북 청주출생. 교사의 길과 시인의 길을 함께 걸었다. 해직 10년 만에 복직되어 교단에 섰다가 지금은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을 담은 <접시꽃 당신>으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신동엽창작상등을 받았으며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 구주 유후인 무라다 메이지산장-2013.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