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 노래-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충북 중원에서 태어나 1956년 <문학예술>에 <낮달>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한때 절필했으나 1965년부터 다시 시를 창작하였고 초기 시 특유의 관념적 세계를 벗어나 민족의 정서가 짙게 깔린 시로 민중, 농민과 폭넓은 공감대를 이뤘다. 만해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