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한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김현승-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기독교적 세계관을 습득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신앙시, 진리와 생명을 노래한 시를 썼다. 일제강점기 말에 붓을 꺾고 침묵을 지키다 광복이후 다시 작품을 발표했다. 시집으로 <김현승시초>, <견고한 고독>등이 있으며 1973년 서울특별시 문화상을 받았고, 1975년 작고했다.
인제 남면 대관리 - 거섭선생 작품-201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