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 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정희성-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고, 제1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시대의 모순과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슬픔에 관한 시를 써왔다. 시집으로<저문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등이 있다.
수종사 에서 본 양수리 두물머리-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