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문태준-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서두르지 않고 조심스럽게 사람의 마음을 읽고 풍경에 들어가는 시를 통해 그리움을 자극하는 시를 써왔다. 시집으로<맨발>,<가재미>등이 있고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원주 박경리문학공원에서-20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