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義 마을에 가서
고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다다른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가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고은-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이름이 오르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1958년 <현대시>에 <폐결핵>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후 영어, 독어, 불어, 일어 등으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읽히고 있다. 한국문학작가상, 만해문학상, 중앙 문화대상, 대산 문학상 등 국내의 거의 모든 문학상을 수상했다.
미시령에서본 속초-2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