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는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입하여, 그러나
이게 아니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황지우-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학과 재학 중 유신반대 시위에 연루되어 강제 입영되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담한 협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파격적인 형식과 대표적 지식인으로서 시대를 풍자하는 시를 써왔다. 백석 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일본유후인-20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