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기다림
김기택
두꺼운 털같은 추위
둥글게 말아 웅크리면 따듯해지는 추위
너무 껴입어서 무거워 지는 추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공격하지 않고 멀뚱멀뚱 쳐다보는 추위
이빨도 발톱도 없는 꼬리를 흔드는 추위
배고프면 더 신나게 흔드는 추위
숨쉴 때마다 텅 빈 위장에 밥 대신 들어앉아
배고픈 배 흔들며 뛰어노는 추위
뱃가죽과 등뼈가 서로 얼어붙으면
저절로 허리가 공손하게 굽어지는 추위
정신통일하여 밥생각을 하면
가만히 졸다가 따듯해지는 추위
김기택-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특유의 세밀한 관찰력으로 풍경과 사물을 냉철하게 표현해왔다. 시집으로<태아의 잠>,<바늘구멍속의 폭풍> 등이 있으며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대마도-20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