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강은교-함남 홍원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연세대학교 영문과와 동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절망 속에서도 빛을 노래한시, 희망과 생명의 시로 문단과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동아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여의도 아프리카 유물전-2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