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성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정호성-대구에서 태어나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 오르는 영희>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첨성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위령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부드러운 언어로 슬픔조차 따뜻하게 감싸안는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했다. 소월시 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경북 우곡산장 송화-2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