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
김성규
가슴을 풀어헤친 여인,
젖꼭지를 물고 있는 갓난아기,
온몸이 흉터로 덮인 사내
동굴에서 세 구의 시신이 발견 되었다.
시신은 부장품과 함께
바닥의 얼룩과 물을 끌어다 쓴 흔적을 설명하려
삽을 든 인부들 앞에서 웃고 있었다.
사방을 널빤지로 막은 동굴에서
앞니 빠진 그릇처럼
햇볕을 받으며 웃고 있는 가족들
기자들이 인화해 놓은 사진 속에서
들소와 나무와 강이 새겨진 동굴 속에서
여자는 아이를 낳고 젖을 먹이고
사내는 짐승을 쫓아 동굴 밖으로 걸어 나갔으리라
굶주린 새끼를 남겨놓고
온몸의 상처가 사내를 삼킬 때까지
지쳐 동굴로 돌아오지 못했으리라
축 늘어진 젖가슴을 만져보고 빨아보다
동그랗게 눈을 뜬 아기
퍼렇게 변색된 아기의 입술은
사냥용 독화살을 잘못 다루었으리라
입에서 기어나오는 구더기처럼
신문 하단에 조그맣게 실린 기사가
눈에서 떨어지지 않는 새벽
지금도 발굴을 기다리는 유적들
독산동 반지하동굴에는 인간들이 살고 있었다
김성규-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다.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자신만의 몽환적인 시선으로 세상이 외면해버린 삶의 단면들을 포착하는 시를 쓰고 있다.
서산목장-20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