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은 거야
이정록-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맛깔난 언어로 우리네 살림살이의 단면을 다양하게 풀어냈다. 김수영문학상등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 <풋사과의 주름살>,<정말 >등이 있다.
남원 2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