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근 아저씨
고두현
참말로
아무 일 없다는 듯
이제 그만 올라가보자고
이십 리 학교 길 달려오는 동안 다 흘리고 왔는지
그 말만 하고 앞장서 걷던 하석근 아저씨.
금산 입구에 접어 들어서야
말이 귀에 들어 왔습니다.
너 아부지가 돌아가셨.....
그날 밤
너럭바위 끝으로
무뚝뚝하게 불러내서는
앞으로 아부지 안 계신다고 절대
기죽으면 안 된대이, 다짐받던
그때 이후
살면서 기죽은 적 없지요.
딱 한 번, 알콩으로 꿩 잡은 죄 때문에
두 살배기 딸 먼저 잃은 아저씨
돌덩이 같은
눈물 앞에서만 빼면 말이에요.
그날 이후.
고두현-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문학, 출판 분야를 담당했고, 소문난 책벌레이기도 하다. 겸손한 시선, 소박한 감성으로 세상살이의 단면을 포착한 시를 써왔다.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남원 혼불 기념관-2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