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정거장
유홍준
백년 정거장에 앉아
기다린다 왜 기다리는지
모르고 기다린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잊어버렸으면서 기다린다 내가 일어나면
이 의자가 치워질까봐 이 의자가
치워지면 백년 정거장이
사라질까봐
기다린다 십년 전에 떠난 버스는
이제 돌아오면 안된다 오늘도 나는 정거장에서 파는
잡지처럼 기다린다 오늘도 나는 정거장 한국석에서 닦는
구두처럼 기다린다 백년정거장의 모든 버스는
뽕작을 틀고 떠난다 백년 정거장의
모든 버스는 해질녘에 떠난다 백년
정거장의 모든 버스는 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바닥이 더러운 정거장에서
천장에 거미줄 늘어진 정거장에서
오늘도 너는 왜
기다리는지...
모르면서 기다린다 무엇을
기다리는 지도 모르면서 기다린다
유홍준-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시와반시>를 통해 등단했다. 육체를 통해 현실의 모순을 강렬하게 드러내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육체노동자로 살아오면서 관념과 현실을 넘나드는 시를 썼다. 시집으로 <상가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등이 있다.
남원 반야봉아래-2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