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
문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움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그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있고 싶다.
문정희-전남 보성에서 태어났다. 일상의 파란에서 예술성을 포착하는 특유의 서정성으로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해외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고려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했다.
소백산-2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