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신용목
아무리 들여다봐도 저 지도를 읽을 수 없다
세월은 잠들면 구천(九天)에 가 닿는다
그 잠을 깨우러 가는 길은 보이는 곳마다 보이지 않은 곳으로 더 많이 향하고
길 너머를 아는 자 남아 지도를 만든다
끌린 듯 멈춰 설 때가 있다
햇살 사방으로 번져 그 끝이 멀고, 걸음이 엉켜 뿌리가 마르듯 내 몸을 공중에 달아놓을 때
바람이 그곳에서 통째로 쓰러져도 나는
그 많은 길들을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도무지 저 지도를 읽을 수 없다
작은 것들 날아와 길 잃고 퍼덕일 때, 발이 긴 짐승
성큼 마지막 길을 가르쳐주는
나는 너무 큰 짐승으로 태어났다
신용목-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2000년<작가세계>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애정어린 눈길로 주변의 삶을 관찰하고 복원하는 시를 써왔다. 시집으로<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가 있다.
순천 정원박람회-201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