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여왕
송찬호
우리는 겨울의 여왕을 기다리고 있어요 여왕을 맞기 위해 우리는 언덕의 울타리를 높여 눈사태를 막아야 해요 굴뚝에 고깔지붕을 씌우거나 창문을 덧대고 무거운 소금을 짊어지고 당나귀 시험도 통과해야 해요
겨울의 여왕은 멀리 북극열차를 타고 오지요 곧 수만 볼트 고압의 추위가 레일을 타고 빠르게 달려올 거예요 엄청난 폭풍이 몰려와 배를 산꼭대기로 밀어올릴 거예요 그래도 우린 견뎌야 해요 끝없이 밤을 행군하는 군인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아요 그들의 차가운 총검이 녹아 부러지면 어찌 되겠어요 더욱 혹한이 와야 해요 연못 속 물고기도 자석을 꼬옥 물고 얼음장 아래 단단히 붙어 있어야 해요
돌쩌귀가 바람에 울고 있어요 벌써 길 건너 오리나무숲 아궁이도 꺼졌어요 덜컹거리는 창문소리에 놀라 목화씨가 가장먼저 겨울잠을 깼네요 겨울여왕님, 지금 여기는 겨울의 피가 부족해요 하얀 얼음의 콧수염에 붙은 세금마저 너무 비싸요
겨울의 여왕님, 우리는 당신에게 우리아이들을 바쳤답니다 겨울 가장 추운나라에 사는 순록의 뿔처럼 아이들 키를 한 뼘만 키워 주세요 지금쯤 아이들은 대륙을 이동하는 쇠기러기의 바구니를 얻어 타고 북극을 날겠지요 투룬바호수의 푸른 눈동자와 오로라공주도 보겠군요 그런데 어쩌나, 우리는 백설의 구두가 녹을 까봐 따듯한 난로 곁으로 당신을 부르지 못하겠군요..... 아무튼, 겨울이 깊었습니다 사랑해요, 겨울여왕님!
송찬호-충북보은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했다. 신화적 자연주의에 주목 자신의 일상을 자신의 시점과 자신의 어법으로 표현했다. 시집으로<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등이 있으며 동서문학상, 김수영문학상등을 수상했다.
강원영월주천 요선정-20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