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빛과 싸우다 1- 등대가 있는 바다
송재학
등대가 보이는 커브를 돌아설 때 사람이나 길을 따라왔던 욕망들은 세계가 하나의 거울인 곳에 붙들렸다 왜 푸른빛인지 의문이나 수사마저 햇빛에 섞이고 마는 그곳이 금방 낯선 것은 어쩔 수 없다 밝음과 어둠이 같은 느낌인 바다
바다 근처 해송과 배롱나무는 내 하루를 기억한다 나무들은 밤이면 괴로움과 비슷해진다 나무들은 잠언에 가까운 살갗을 가지고 있다 아마 모든 사람의 정신은 저 숲의 불탄 페허를 거쳤을 것이다 내가 만졌던 고기의 푸른 등지느러미, 그리고 등대는 어린 날부터 내 어두운 바다의 수평선까지 비추어왔다
돛이 넓은 배를 찾으려고 등대에 올라가면 그 어둔 곳의 바다가 갑자기 검은 비단처럼 고즈넉해지고 누군가가 불빛을 보내고 그의 항로와 내 부끄러움을 빗대거나.... 죽은 사람이 바다 기슭에 묻힐 때 붉은 구덩이와 흰 모래를 거쳐 마침내 둥근 지붕생기고 그 아래 파도와 이어지는 것들....혼자 낡은 차의 전조등을 켜고 텅 빈 국도를 따라가면 고요를 이끌고 가는 어둠의 집의 굴뚝이 보인다, 낯선 이가 살았던 어둠, 왜 그는 등대를 혹은 푸른빛을 떠나지 못하는가
바다를 휩쓸고 지나가는 햋빛은 폭풍처럼 기록된다,
그리고 등대
송재학-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를 졸업하고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일상의 단면을 포착해 자신만의 색으로 가공해낸 시를 써왔다. 김달진 문학상과 대구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 <얼음시집>, <푸른빛과 싸우다>,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등이 있다.
이천공방-2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