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그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은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학과 재학 중 유신반대시위에 연루되어 강제입영 되었다. 1980년에는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파격적인 형식과 대표적 지식인으로서 시대를 풍자하는 시를 써왔다. 백석문학상, 김수영문학상등을 수상했다.
경북 감포-2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