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현실을 직시하는 태도로 비판의식과 저항정신을 적극적으로 천명한 대표 참여시인. 서울종로에서 태어났고 문명과 도시를 비판하는 모더니스트로 활동했으나 4.19혁명을 기점으로 참여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1968년 6월 버스에 치인 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절명했다. 그의 업적을 기리는 김수영문학상이 제정되어있다.
금강산 -20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