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가락
이상일
지극한 효자처럼 부모님에게 단지 올려 기사회생 하게 한 적도 없고 조폭 똘마니처럼 상사에게 충청을 다한다고 단지를 한 적도 없다. 안중근의사처럼 조국의 독립과 민족을 위한다고 단지를 한 적은 더더욱 없다. 해서 두 손에 달린 열 개의 손가락은 아직도 멀쩡하다. 그렇다고 내 손가락이 부끄럽게 만은 보이지 않는다. 마디마디엔 늙은 소 눈가 주름과 굳은살이 눌러 붙었지만 아내가 준 결혼반지를 끼었고 두 엄지 검지는 첫째, 둘째 딸의 콧물을 닥아주었다. 할머니 등을 손톱에 허연 살 비늘이 들도록 긁어드렸고 새끼손가락으로 어머님 귀속을 시원하게 후벼드렸으며 어두운 밤마실 아버지께 등불을 들어 길을 밝혔다. 현충원에 대통령 묻히던 날 가로에서 영정 줄을 잡았고 아버님 어머님 돌아가셨을 때 황토 잡아 관위에 평토 해 드렸다. 관직 운에 천만 서울 시민들이 잘 살고 행복하게 도로와 지하철도 만들었다. 이제 그 열 손가락 좀 쉬게 했으면, 허나 어디서도 쉽게 그 자리 찾기 어려워 궁리중이다. 구례지리산 화엄사 어느 말사 주지 스님처럼 부처님께 소지공양이라도 해야 할 듯...
이상일
경북 대구(영천출신 1956년생)서울시 공무원으로 현재 영등포 도로과장으로 재직 중임
수필가며 시인. 저서로는 수필집 <길에서 삶을 보았네라-교음사>가 있으며 창조문학 제90회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수상했다. 현재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시를 전공하며 석사학위를 준비 중이다.
내 새끼 손가락에 끼워본 10카렛(?)짜리 지인의 다이아 반지-20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