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
공광규
책상 뒤에서 전쟁을 피하는 겁쟁이라고
한창 교외 시위 때 도서관으로 가던
나를 충고했던 그 친구는
서울의 모기업 중역의 아들이었다
술을 말로 마시고 싸움을 잘하며
돈을 잘 쓰고 여자를 매일 바꾸며
몇 개의 써클과 학과의 장을 맡았던 그는
학점은 꼴찌였으나 시위대는 선봉이었다
시위나 술집에서 행패로
몇 번을 파출소에 끌려갔었지만
금방 풀려나오던 그 친구의 뒷배경엔
굉장한 뭐가 있다는 소문도 돌았었다
시험 때는 강의노트를 빌리러 와서
자취생인 나에게 술과 밥을 쌌고
술 취할 땐 은근히 나를 남자답지 못하다고 하며
여자를 소개시켜주거나 기어코 창녀촌에 밀어 넣었다
교수들도 막무가내였던 그는
고학년이 되자 민중 민주를 더욱 외치고
몇 천을 뿌렸다는 소문과 함께 총학생회장에 당선되어
교내의 거래처들이 뒷돈을 밀려 조아리게 했었다
졸업 전에 학교 추천으로 그는 대기업에 취직을 했고
졸업후 몇 달 만에 겨우 얻어걸린 출판사에 내가 취직하러 올라갔을 때
이미 그는 동창회 이사가 되어 있었고
탤런트와 꼭 닮은 미인을 대동하고 나와 나를 위로했다.
경북 김천 직지사-2012.6